연수원지기 최정규
지난번 당사 앞 모임에서 송경아 님이 주신 책을 오늘에야 다 봤다. 책을 읽는 것이 길을 걷는 것이라면 나는 '희망을 심는 사람들'이라는 길을 날아왔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사실 그리 뛰어난 작품성이나 책속의 인물에게 무슨 뛰어난 극적 요소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만은 않은 어떤 사내들과 가스나들의 그저 그런 이야기였다.
민주노동당 연수원지기라는,,,최정규님의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이왕 머슴살라믄 독일 가서 살그라...라는 형의 권유에 일년 쇠경 쌀8가마 였던 그의 형이 20가마를 내놓고는 망설이는 그를 떠밀었다. 그는 그 돈으로 독일에 와서 탄광일을 시작했다.
한 달후 그를 충격과 배신감의 늪으로 몰아넣고, 분노하게 까지 만든 것은 낮은 임금이나 비인간적인 대우가 아니었다.
일년쇠경이 쌀8가마였던 형의 피눈물을 짜서 독일까지 온 그의 한달치 월급은 정확히 한국돈으로 쌀 7가마였다.
그때까지 모든 세상사에 대해 순진했던 최정규가 너무나 꿈같은 대접을 받고는 외려 쇠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듯 했다는 증언은 충분히 사실적이다.
누군들 그 순간 억울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무이 아니그마요. 복이 없어서 그렁 것이 아니그마요."
첫 월급을 손에 쥔 파독 탄광 노동자는 그렇게 해서 조국의 노동현실에 눈을 떴다.
작가의 표현대로 천국을 눈어 넣어 보았던 최정규는 91년 천국에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두고 한국으로 돌아왔단다. 조국을 천국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해서 무지랭이 머슴의 아들이었던 최정규는 그를 보냈던 조국으로 노동운동가가 되어 다시 돌아왔고 이제까지 민주노동당 중앙연수원을 지키고 있다.
최정규에 관한 글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바쁜 도회생활에 지쳐서 휴식이 간절하고, 또 사람답게 산다는게 뭔지 잠깐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언제든 남원에 있는 민노당 중앙연수원을 찾아가보라. 민노당원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그 누구라도 최정규는 채마밭에서 일하다 말고 달려 나와 손에 묻은 흙을 툭툭 바짓가랑이에 털며 반가이 맞을 것이다. 대신 그날 밤 막걸리 몇 잔은 각오해야 한다. 별이 총총한 하늘을 지붕 삼아 막걸릿잔을 기울이며 농부 같은 걸쭉한 음성으로 그는 물을 것이다.
"살기가 영 힘들지라이?"
그러면 당신은 당신도 모르게 가슴속에 맺힌 사연들을 풀어놓게 될 것이고, 그날 밤 흙냄새 물큰한 뜨뜻한 황톳방 아랫목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며 숨 가쁘게 달려온 자신의 지난 인생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