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공포, 사이코 건담

오랜만에 다시 MIA 사이코 건담입니다. 이전에 사이코 건담을 포스팅한 것이 있기는 했는데, 계정 문제로 사진들이 다 날아가 버려서 아쉬웠던 터라 예전 사진을 다시 꺼내 올려 봅니다. 혹여 예전에(뭐 당시에는 하루 열 댓 분 정도 밖에 오시지 않던 때니만큼 거의 기억하시는 분은 없겠지만) 본 것들이라고 결코 성내거나 노여워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클립스 전투(요즘에는 그리프스 전투라고 다시 불리더군요.)에 등장한 티탄즈의 기기묘묘한 MS 중 상당히 평범하게 보이면서도 또한 평범하지 않은 것이 바로 이 사이코 건담입니다. 모습 자체만으로는 일년전쟁에 사용된 최초의 건담(하여 퍼스트 건담)을 그대로 쏙 빼어닮은 모습인지라, 이전까지의 모든 건담 후계기들보다도 가장 건담다운 외형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한 건담 계열기가 아닌 것이 바로 이 사이코 건담입니다.
기실 이 크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이코 건담은 건담의 후계기가 아니라 지온의 최종 생산 MS인 지옹의 후계기입니다. 말하자면 일년전쟁 이후 접수한 유일한 지온의 사이코뮤에 대한 기술이 바로 지옹의 설계도(아마도 데이터겠지요? 태권V 시절처럼 제도용지 한 장에 그려질 물건이 아닐테니 말입니다.)였고, 그 지옹에 장식일 뿐인 다리와 더욱 강력한 화력, 그리고 변형 능력을 더한 후에 건담의 외형을 입힌 것이 바로 이 사이코 건담이라고 합니다.
느끼한 시로코 아저씨의 디오와 비교해도 이렇게 엄청난 차이가 나는군요. 어찌 보면 디오보다도 더 최종보스다운 느낌이 강하게 들기는 하지만(물론 로저미어가 탑승했던 사이코 건담 Mk.2가 훨씬 더 한카리스마 합니다.), 대형 사이코뮤 기체는 주인공에 의해 갈팡질팡하다가 목숨을 잃는 상대편측 여성 파일럿이 탑승해야 한다는 건담월드의 철칙에 의해서(하여 네오지온의 거대한 사이코뮤 기체인 퀸만사에 탑승했던 플투 역시 같은 길을 걷게 됩니다.) 비련의 주인공인 포에게 주어긴 기체로, 포는 카미유를 지키기 위해서 제리드가 탑승한 바이아랏의 빔사벨 공격을 자신의 콕핏(라라아로부터 계승된 완벽한 방어법입니다. 일명 걸프랜드 실드!)으로 막아내고는 사망하게 됩니다.
설정 자체가 거대한 탓에 MIA로 출시된 사이코 건담 역시 거대한 크기인지라 다섯 손가락이 다 움직이는 가동식 손부터 이런저런 디테일까지 일반적인 MIA와는 차원이 다른 물건이 되었습니다.
지옹으로부터 계승된 무장 그대로 다섯 손가락은 하나 하나가 다 빔라이플급의 메가입자포이고, 복부에 버니어 엔진처럼 보이는 것들은 막강한 화력의 대형 메가입자포입니다. 연방의 기술력이 떨어진 관계로 지옹과 같은 유선식 메가입자포는 없지만(후에 사이코 건담 Mk.2에는 이것까지 달려 있더군요.) 이 정도면 거의 전함급의 막강 화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이런 사격 위주의 거대한 기체를 왜 MS 형태로 만들었는가를 물어본다면 확실히 무엇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MS의 팔과 다리는 우주에서의 가동을 위한 일종의 허우적거림을 위한 부분이라는 설정 때문에 지옹의 존립 근거가 만들어지지만(대신 설정대로라면 다리는 결코 장식이 아닌 것이 됩니다.) 사이코 건담은 오로지 지상에서만 운용되었으니 말이지요. 물론 우주에서도 운용이 가능한 사이코 건담 Mk.2가 완성 형태이고 이 녀석은 그저 테스트기일 뿐이라고 한다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말이지요.
이 사이코 건담을 무리를 해서라도 "건담"의 형태(이 시기까지는 건담 타입 자체가 그렇게까지 유행을 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로 만들어 "건담"이라는 명칭을 붙인 것은 개발자인 무라사메 박사(이 분은 뉴타입 연구가 전공인 것일까요, 아니면 사이코뮤 기체 개발이 전공인 것일까요?)의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었다고 하니, 갑자기 곱슬머리 금발에 아나하임사에서 연달아 극과 극을 달리는 두 대의 건담을 만들어 두 명의 애인에게 나눠 준 어느 아가씨가 떠오릅니다.
워낙 거대한 탓에 격납 중일 때에는 보통 이런 형태로 함 위에(크기 때문에 격납고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300m가 넘는 다이탄까지 격납할 수 있는 수퍼로봇대전의 전함들은 그야말로 도라에몽의 사차원 주머니급 오버 테크놀러지인 것입니다.) 놓이거나 줄에 매달고 다니게 되더군요. 나름대로 피라밋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라고 하던가요?

이 형태로 미노프스크 크래프트를 이용해서 공중에 붕붕 떠서 날아다닌다고 하니, 실용적인 디자인은 아닐지라도(선단에 충격을 가하면 그대로 벌러덩 누워 추락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크기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공포스럽지 않았을까도 싶습니다. 지온이 추구하던 그로테스크 디자인 경향을 연방의 MS 개발자들이 물려받은 탓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승전을 올리는 플랙 기체로 백색 건담을 사용하게 되는 순간부터 다시 건전한 느낌의 디자인을 선호(ZZ 시절 연방은 정말 착해 보이는 GM3와 네모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역샤에 이르면 제타 시절의 그 기기묘묘한 기체들은 보이지도 않습니다.)하는 것이 연방의 MS 개발자들의 취향이 되지만 말입니다.
티탄즈가 만들어낸 Mk.2가 에우고에게 탈취된 후 흰 색으로 덧칠해져(그러나 밑색이 비춰 보이는 관계로 제타처럼 예쁜 흰 색이 안나오지만) 주인공편에서 쓰였던 것처럼 이 사이코 역시 그렇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지만 결국운 킬리만자로에서 포우와 함께 산화되어 버리더군요.
어쩌면 그런 탓에 이 사이코 건담이 더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되었을런지도 모릅니다. U.C.의 역사로 보면 적이 사용한 건담으로 이미 Gp-02 사이살리스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 발표된 애니메이션 순서대로만 본다면 이 사이코 건담은 최초로 주인공측이 아닌 쪽에서 사용한 건담(어쨌거나 이름은 건담 아니겠습니까?)이었으니 말입니다. 또한 이 사이코 건담과 Mk.2의 전투야말로 지금 엄청나게 유행하고 있는 "건담 vs 건담" 구도의 첫 시도(짧은 순간이지만)였으니 나름대로 또한 의미가 있는 녀석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서비스, MIA 중 가장 작은 노벨 건담과의 크기 비교입니다. 그러고 보니 둘 다 여성 파일럿이 탑승한 건담이로군요.
